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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만든 경치' 사라지고, 흙탕물만 남았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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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혜서 날짜20-10-26 10:54 조회1,5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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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년 10월 경북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를 흐르는 낙동강에서 포클레인들이 준설공사를 위해 모래사장을 파헤치고 있다. 권기정 기자
2008년 12월29일, 경북 안동 영호대교 둔치에서 화려한 축포가 터졌습니다. 행사의 이름은 ‘낙동강 안동2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 한승수 총리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김관용 경북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행사장 옆에선 환경단체가 반대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지만 착공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보(洑)를 설치하는 대규모 정비사업, 이른바 ‘4대강 사업’이 첫 삽을 떼는 순간이었습니다.

흐르던 강을 갑자기 막으니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녹조가 강을 뒤덮고, 자연이 만든 모래톱은 사라졌습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물고기들은 죽어갔습니다. 4대강 착공 이후 2년이 흐른 2010년,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낙동강을 찾았습니다. 1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경천대’ 비경 간데 없고, 남은 건 흙탕물과 탄식뿐>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2010년 10월26일 경향신문
이 기사는 ‘333 프로젝트’의 낙동강 현장답사를 동행 취재한 기사입니다. ‘333 프로젝트’란 버스 333대에 한 대당 33명, 총 1만 명의 시민이 4대강 답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가 제안했고 주부, 종교인, 교수, 환경운동가 등 33명이 이끌었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답사에는 고려대 사회학과와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학생들과 일반 시민까지 12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이날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경북 예천군)과 경천대(경북 상주시) 등을 돌아봤습니다. 내성천은 쏘가리와 은어가 사는 1급수 하천입니다. 강물이 회룡포마을 주위를 태극 무늬로 한 바퀴 돌며 절경을 자아냅니다. 이원영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 강의 원형에 가까운 강”이라고 합니다. “영주댐이 건설되면 이 회룡포의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의 설명에 학생들이 안타깝게 탄식했다고 합니다.

2010년 10월23일 경북 예천군 회룡포에 모인 대학생들이 회룡포의 주변 경관을 관찰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하늘이 만든 경치’라는 뜻인 경천대에 이르러서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를 목격하기도 합니다. 기사는 2010년 당시 경천대의 모습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래는 사라지고 강은 직선으로 바뀌고 있었다”, “광활한 모래사장은 완전히 파헤쳐졌다. 거미줄처럼 외곽만 남아 4대강 사업 전에는 모래톱이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경천교에 이르자 강물은 뿌옇게 변해 하류로 흐르고 있었다. 둔치는 자갈과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이 분주하게 오가는 공사장으로 변해 있었다.”

답사에 나섰던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학생 김재성씨는 “친환경적이라기보다는 예쁘게만 꾸민 청계천처럼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대학생 신동윤씨는 “잘 흐르는 강을 틀어막고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는 강을 황무지로 바꿔버리는 4대강 사업 현장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국가명승인 경북 예천 내성천 회룡포의 2020년 10월 11일 모습. 모래가 줄어들고, 자갈이 늘어난 데다 다양한 식물들이 침투하면서 백사장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제공.
4대강 사업은 완공됐지만 강은 여전히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대한민국 강의 원형”이라고 소개된 내성천도 그 아름다웠던 모습을 잃고 황폐화됐습니다. 영주댐이 건설되면서 내성천 회룡포의 백사장은 자갈밭으로 변했고, 멸종위기 어류 흰수마자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최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졌습니다.(관련기사▶[단독]댐에 물 가두자 국가명승 회룡포가 망가졌다) ‘강은 흘러야 강’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망가진 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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