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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공범 아닌 공범' 박형철은 조국에 독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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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혜서 날짜20-11-08 16:25 조회1,6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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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조국(사진) 전 법무부 장관의 공범이면서 불리한 증인이기도 한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지난달 23일 진행됐다. /배정한 기자

"조국 지시로 유재수 감찰 중단" 증언…고의성 입증이 관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른바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공범이면서, 공범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이다. 박 전 비서관의 '조국 당시 민정수석 지시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을 중단했다'는 진술은 검찰 공소제기의 밑거름이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함께 기소된 박 전 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자신이 피고인이기도 한 재판의 증인석에 앉았다. 조 전 장관의 '공범 아닌 공범' 박 전 비서관은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내놨을까.

◆감찰 중단, 권한 행사와 남용 사이

지난달 23일 피고인석에서 증인석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 때와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유 전 부시장을 계속 감찰하거나 수사기관에 넘기기를 원했지만, 조 전 장관이 일방적으로 감찰 중단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주장과 맞아 떨어지는 증언도 했다. 조 전 장관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감찰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민정수석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는 것과, 사표 수리 요청은 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처분이었다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 역시 "감찰 결과 결정(권한)은 조 전 수석에게 있었고, 감찰 결과와 조치에 대한 의사(수사기관 이첩)는 충분히 말한 상황이었다"며 "유재수는 더 이상 감찰에 응하지 않고 특감반 차원에서 감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 사표라도 받는다고 하니 '그래도 불이익은 받는구나' 생각하고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범죄다. 이 혐의가 적용되려면 피고인이 자신의 직무 권한 범위에 속하면서도, 그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혀야 한다.

박 전 비서관의 증언만으로는 조 전 장관이 가진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기 모호하다. 박 전 비서관 본인도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이를 들은 최종 결정권자 조 전 장관은 중단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비서관은 자신의 의견과 달랐지만 최종 결정권자의 지시에 따른 셈이다.

서초동의 A 변호사는 "직권남용 사건 판례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이런 사안을 형사처벌하면 부하 직원은 상급자의 결정을 언제든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국(왼쪽) 전 법무부 장관과 박형철 전 대통령비서실 반부패비서관. /뉴시스

◆'직권남용 최적화 증언'이라는 분석도

직권남용죄는 직무 권한에 속하면서도 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입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박 전 비서관의 증언은 감찰 중단 지시가 조 전 장관의 직무 권한이란 점을 못박는다. 동시에 그 지시가 부당했다는 취지도 담았다. '직권남용죄 입증에 최적화된 증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비서관은 특감반원들이 '유재수 구명운동'에 시달렸고 조 전 장관의 중단 지시 이면에도 이같은 여권 인사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권 인사인 유 전 부시장을 봐주기 위해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최종 결정권을 남용해 감찰 중단이라는 부당한 지시를 내렸고, 박 전 비서관 등은 결과적으로 권리행사를 방해 받아 크게 낙담했다는 것이다.

검사: 증인은 피고인 조국의 감찰 중단 지시를 특감반에 알렸죠? (중략) 당시 특감반장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박 전 비서관: 어쩔 수 없다는, 낙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제게 특별히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중략)

검사: 특감반원들은 유재수가 정권 실세임을 이용해 특감반을 무력화했다고 생각해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죠?

박 전 비서관: 나중에 들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청와대 감찰무마 사건' 재판을 심리 중이다. /남용희 기자

하지만 박 전 비서관의 증언은 두가지 벽에 부딪힌다. 우선 박 전 비서관 본인이 사건의 당사자이자 조 전 장관의 공범이기 때문에 증언의 신빙성이 배척될 수 있다. 서초동의 B 변호사는 "박 전 비서관의 증언은 분명 조 전 장관에게 불리하다"면서도 "조 전 장관의 지시가 부당했다는 증인들은 사실상 다 공범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잃을 수 있다. 공범은 본능적으로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의성 입증의 벽도 존재한다. 박 전 비서관의 주장처럼 조 전 장관이 '여권 인사의 비위를 덮겠다'는 의도로 감찰 중단을 지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박 전 비서관과 검찰은 여권 내 구명운동의 영향으로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했다고 본다. 조 전 장관은 구명운동 소식을 접한 뒤에도 거듭 감찰을 지시했다고 반박한다. 또 다른 피고인인 백 전 비서관 역시 "구명운동이 아닌 민원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서초동의 C 변호사는 "박 전 비서관의 증언에 힘이 실리려면, 조 전 장관이 구명운동 때문에 유 전 부시장을 일부러 봐주려고 했다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박 전 비서관의 증언은 언뜻 보기에 불리한 내용 뿐이지만, 더 명확한 근거가 보강돼야 한다. 근거가 모호하면 결국 판결은 피고인의 이익에 따라 내려진다"라고 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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